백석상담센터-“삶의 희망을 만들어가는 따뜻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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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노숙인 상담을 시작한지 만10년째 된다. 그동안 많은 노숙인 선생님들을 만나면서 그들을 통해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노숙인 상담 얘기 앞서 노숙인 상담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얘기해 보고자 한다.뒤돌아보면 이 길은 예정된 길이었다고 생각된다. 하나님께서 미리 예비한 두렵고 험난한 길...  ● 노숙인 상담의 시작2011년 10월경이었다. 나는 그때 서울의 한 사설상담센터에서 상담수련을 하고 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이상한 상담센터였다. 센터소장은 여러 번 방송출연을 한 유명한 상담학박사였다. 하지만 센터에서 하는 상담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하는 그런 상담이 아닌 독특한 상담이었고, 나의 신앙적 기준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행위를 하는 그런 곳이었다. 그곳에서 한번은 신내림 받은 무당을 상담한 적이 있는데 그때 정신이 떠나가는 듯한 경험을 한 뒤 미치도록 하나님을 찾았던 기억이 있다. 그때 만난 하나님께서 “무엇을 두려워하느냐 네가 두려워하는 그것은 하나님의 세계 속에 아주 보잘 것 없는 조그마한 존재이다. 네가 믿는 하나님은 그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라는 말씀으로 내게 용기를 주었다. 이후 담대함을 가지고 그 센터에서 계속 수련을 했다. 그러다 2012년 3월경 센터에서 상담을 받은 내담자의 딸이 노숙인시설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는 분이었는데, 아무리 치료를 해줘도 반복해서 찾아오는 노숙인들을 보면서 마음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심리상담을 무료로 해 줄 수 없겠느냐고 부탁을 했다. 센터에서는 당연히 수익이 안되는 일이었기 때문에 거절을 했고, 우연히 옆을 지나다 듣고 내가 해도 되겠냐고 물어봐서 해도 된다고 하여 노숙인상담이 시작되었다.   <o:p></o:p> ● 내가 만난 사람들2012년 6월초에 노숙인 보호시설에서 첫 상담이 시작되었다. 상담실도 없어서 이발소로 사용하는 곳에서 머리카락이 흩날리는 가운데 상담을 했다. 첫 상담 하던 날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나는 노숙인 하면 냄새나고 지저분하고 게으른 사람으로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 날도 당연히 그런 사람이 들어오겠지(사전에 내담자의 정보가 없었다) 하고 기다리는데 정작 들어온 사람은 너무나도 깔끔하고 비싼 메이커의 옷을 입은 남자가 들어왔다. 나는 순간 당황을 했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상담기록지를 쓰면서 A내담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A내담자는 임신한 아내와 헤어지고 7년 동안 노숙인 생활을 했다고 했다. (참고로 여기서 노숙인은 길거리에서 주무시는 분들만이 아니라 일정한 주거지가 없고, 잠자기에 적합하지 않은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을 통 털어 일컫는 용어이다.) A내담자는 노숙 전에는 그 당시(2000년대 중반) 한 달 매출이 500~600만원정도 하는 아주 잘나가는 매장을 운영하는 사장이었고 아내는 공무원이었다. A내담자 이야기를 들으면서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하지만 여러 번 만나면서 마음의 병이 이렇게 무섭구나 라는 것을 깊이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상담내용은 공개할 수 없어 아쉽지만, A내담자는 8회기(2시간씩)를 하고 상담 목표였던 아내를 8년 만에 만났다. 다시 결합까지 아니지만 종종 만나기로 했다고 한다. 첫 내담자이자 가장 기억에 남는 내담자였다. 이후 올해까지 160여명의 노숙인을 상담실에서 만났는데 안타깝게도 내담자 중에는 고인이 된 분들도 상당수가 있다. 자살로 생을 마감한 노숙인도 있었고, 혼자 쓸쓸히 고독사한 내담자들도 여럿 있었다.   <o:p></o:p>두 번째로 기억에 남는 노숙인 내담자는 2012년 7월에 만난 B내담자이다. B내담자는 갓난아기때 부모에게 버림을 받았다. 아주 어릴 때는 친척집을 전전했지만 친척집에서 천덕꾸러기가 되었고, 초등학교때 외할머니에게 맡겨졌다가 5학년때 할머니마저 돌아가시면서 초등학교도 마치질 못하고 거리를 떠돌게 되었다. 10대 중반부터 신문배달을 하였고, 성인이 되어서는 염전에서 일했지만 종종 심한 폭행을 당해 품삯도 못 받고 도망쳐 나왔다. 시내에서 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오히려 다시 염전으로 돌려보내졌다고 했다. 고기잡이배를 탔다가 묶여서 바다에 던져져 죽을 뻔한 일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 40대 초반부터 10년 이상 서울역에서 거리노숙을 하다가 시설에 입소하게 되었고, 시설에서 포스터를 보고 상담을 신청하면서 나와 만나게 되었다. 상담을 하게 된 이유는 누군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준다고 해서 신청했다고 했다. B내담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의 기구한 인생에 마음이 너무 아팠다. 처음 6회기(12시간)을 했는데, 공장에 취업을 해서 상담을 종결했다. 그러다 5개월 후에 다시 상담을 신청했다. 그때 들은 이야기가 자신의 생애에서 처음으로 300만원이라는 큰돈을 만져봤다는 것이다. 공장에서 월급으로 150만원 받았는데, 50만원으로 생활하고 100만원씩 저금했다고 했다. 그렇게 3개월을 저금하니 300만원이 되었다고 좋아했다. 하지만 공장에서 자신을 노숙인이라고 멸시해서 그만 두었다고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은 공장에서는 사장님 말고는 노숙인이라는 사실을 몰랐는데 자신 스스로 피해의식으로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고 했다. 이후 3회기(6시간)을 더 하고 다시 취업을 한다고 해서 상담이 중단되었다. 그리고 3년 후 아주 추운 겨울에 서울의 한적한 주차장에서 동사체로 발견되었고 무연고자로 장례도 치루지 못하고 사라졌다. B내담자가 너무나도 기억에 남는 것은 죽기 전에 나와 센터 간호사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내게는 죽은 뒤 한 달 후에 전달이 되었다. 내용은 구체적으로는 공개할 수는 없으나 가장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한 것은 상담 받는 기간이 일생에서 가장 행복했었다는 대목이었다. 기억에 남는 세 번째 노숙이 내담자는 C내담자이다. C내담자는 최종학력이 초등학교 졸업이지만 그의 지식은 나보다 훨씬 뛰어난 듯 보였다. C내담자의 아버지는 옛날의 서당 선생이었다고 한다. 아버지이긴 했지만 둘째 부인(첩이라고 표현)에게 난 아들이었기 때문에 늘 눈치를 보면서 살았다고 한다. 큰어머니와 이복형들도 동생으로 인정을 안했다고 한다. 초등학교만 겨우 졸업하고 가출했는데도 가족들 중에서 아무도 찾지 않았다고 한다. 가출 후 숙식이 되는 곳을 찾아 중국집에서도 일했고, 신문배달과 고기잡이배도 탔다고 한다. 그런데 어릴 때부터 책 읽는 것을 좋아해서 틈틈이 책을 읽었다고 한다. 상담하면서 놀랐던 것은 C내담자가 읽은 책의 양과 읽은 책을 요약해서 머리에 담고 있는 것이다. 어떠한 내용에 대해 이야기 하면 책에서 봤다고 하면서 그 내용을 자세히 말해주었다. 하지만 내용을 말한 후에는 자신은 배우질 못해서 그 이야기가 맞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에게는 자신은 초등학교만 다녀서 무식하다는 왜곡된 신념이 강하게 남아있었다. 이외에도 딸부자집 셋째로 태어나 어릴 때 안구 수술 후 집안 가세가 기울어졌는데 어머니는 그 탓을 내담자에게 모두 돌렸고, 돈 벌어서 집안을 다시 세우겠다고 윤락으로 빠져서 망가진 여성노숙인도 있었고, 2년 가까이 상담을 했지만 나중에야 상담한 내용이 모두 허구여서 허탈했던 내담자도 있었다. 또한 부산 형제복지원에 강제로 끌려들어가 거의 정신병자가 되어 탈출한 노숙인도 있었다. 이 내담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형제복지원의 실상이 얼마나 참혹했는지 알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   <o:p></o:p>● 보람된 것노숙인 상담을 하면서 가장 보람된 것은 내가 만난 내담자 중에 상당수는 상담 후에 시설에서 안 보인다는 것이다. 시설에서 안 보인다는 것은 노숙에서 벗어나 어디에선가 살려고 노력한다는 의미로 받아드린다. 실제로 나와 페이스북이나 카톡으로 연결된 내담자들을 보면 편의점 알바나 택배 등 열심히 살고 있는 모습들이 보인다. 또 어떤 분은 음식점 주방 취업했다는 소식도 들리고, 일부는 빅이슈라는 잡지를 팔면서 스스로 자립하려는 분들도 여럿이 보였다.또 하나 보람된 것은 시설에서 상담하면서 직원들에게 노숙인 심리상담의 필요성을 수시로 설파하였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2018년에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일명 노숙인복지법)”에 노숙인종합지원센터의 업무에 심리상담이 포함되었다. 하지만 예산이 충분하지 않아 아직도 자원봉사에 의존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노숙인은 그냥 지저분하고 냄새나고 게으른 사람들이 아니라 어려서부터 양육자에게 버림받고 커서는 사회에서 버림받은 사람이다. 그렇게 버림받는 것이 익숙해져 자신 스스로가 자신을 버린 사람들이 노숙인이다. 늦었지만 버린 자신을 찾게 해주는 것이 상담에서 해야 할 몫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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