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그달라 위스퍼러

    올해 초부터 족저근막염으로 인해 고생이 심했다. 생각보다 이 질병으로 통증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병원을 다니면서 검사를 하고 치료방법을 찾다보니 결국은 스트레칭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래서 병원에서 배운 스트레칭과 함께 유투브를 뒤져가며 정말 죽어라 스트레칭을 하였다. 점점 나아지는 듯 하더니 어느 순간 이 방법도 별로 효과가 떨어지는 한계를 느끼게 되었다. 병은 자랑하라는 말이 있다. 나의 사정을 알고 있는 지인이 나에게 한 운동을 추천해 주었다. 이 운동은 자신의 움직임을 의식적으로 인지하고 그렇게 인지된 움직임을 기반으로 여러 가지 도구를 활용해 몸의 기능을 발달시키고  신체를 조화롭게 쓰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운동을 도와주시는 선생님을 통해 왜 스트레칭 만으로 치료가 안되는지에 대한 원인을 알게 되었다. 즉, 통증 치료의 원리는 통증 부위에 아주 조금씩 점진적으로 과부하를 주어서 이 때 느끼는 통증이 뇌로 하여금 견딜만한 것으로 인식하도록 전달하여서 그 통증을 느끼는 통점을 점점 높여가는 것이었다. 이 과정을 통해 통증을 이겨내는 힘이 점점 강해져서 통증을 통증으로 못 느끼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주변 근육들이 발달되면서 실제적으로 통증을 견딜만한 힘을 생기게 하는 것이다. 즉, 병증을 구조의 문제가 아니라 기능의 문제로 보고 몸의 기능을 정상화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치료의 시간들을 보내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과연 나 혼자서 이러한 운동을 할 수 있었을까. 사실 아픈 부분을 건드리면 얼마나 아픈지는 그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알기 때문에 정말 기가 막히게 아프지 않을 만큼의 움직임만 하게 된다. 통증을 피하려다 보면 이상한 행동을 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또 다른 부위에 문제가 생기게 되는 그런 과정을 겪었다. 그런데 선생님과 함께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어느 순간 그 통점을 넘어서게 된다. 통증의 트라우마와 두려움으로 인해 결코 나 혼자서는 할 수 없었던, 아니 절대 하지 않았던 그 동작을 해내게 된다. 그 순간은 정말 고통스럽지만 그런 경험이 반복될 때마다 통증도 점점 줄어드는 것을 확연히 느끼게 되었다. 선생님의 존재가 이런거구나를 크게 느꼈다.

   선생님은 몸을 제대로 쓰고 몸의 감각을 깨우는 전문가이다. 전문가로서 신체의 정확한 원리를 알고 있고 내게 필요한 운동이 무엇인지 다양하고 많은 방법을 알고 있다. 그리고 내 옆에서 내가 얼마나 아픈지 알아주시고, 그래도 할 수 있다고 격려해 주시고, 내가 정확한 동작을 하도록 지도해 주시고, 동작을 할 때마다 하나, 둘, 셋... 숫자를 세어 주시고, 스스로 균형을 잡을 만큼의 지지를 해 주시고, 나의 상태를 예리한 눈으로 관찰하고 끊임없이 조절해 주신다.

   운동을 다녀오는 길에 항상 도전을 받으며 생각한다. 신체를 건강하게 회복하는 원리와 마음을 건강하게 회복하는 원리가 참 비슷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마음과 몸은 하나이기 때문이다. 나도 선생님처럼 얼마나 마음을 일깨우고 마음을 잘 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전문가인가 돌아본다. 신체적 통증을 일으키는 동작을 피하려고 하는 것처럼 우리는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불안을 자극하는 일을 피하려고 한다. 그래서 방어기제를 사용하고 그것이 한때는 적응적이었지만, 계속해서 회피하게 되면 결국 역기능이 생겨나고 그러다가 심리적인 장애가 오고 그래서 더욱 큰 심리적인 고통을 겪게 된다. 이때 도망가지 않고 자신의 아픈 마음을 마주하고, 들여다보고, 머물러보고, 느껴볼 수 있도록 옆에 있어 주는 사람이 바로 상담자이다. 조금씩 조금씩 마음의 고통을 느껴볼 수 있도록 안전한 환경을 마련해 주는 사람이 상담자이다. 상담자는 그러한 여정의 도착지를 알고 거기에 다다르는 다양한 경로를 알고 있는 사람이다. 상담자는 아픈 마음을 들어주고,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판단하지 않고 존중해 주고, 이해해 주고, 공감해 주고 때로는 해석해 주면서 내담자와 함께 그 길을 가는 사람이다. 그래도 괜찮다고 그러한 과정을 통해 편도체가 안정되고 새로운 신경세포가 생겨나고 이전과 다른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우리 몸과 마음의 경보시스템에 속삭여주는 사람이다. 그래서 아픔을 이제 더 이상 아픔으로 여기지 않고, 아픔을 견디고 극복하고, 그 아픔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고, 때로는 아픔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갖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다. 이것이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잘 인식하고,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수용함으로써 잘 기능하고 조화로운 사람으로 살아가도록 하는 것일 것이다.

   족저근막염을 통해 ‘통증을 느끼지 않으면 낫지도 않는다.’는 것을 배웠다. 심리적으로도 ‘고통을 마주하지 않으면 회복하고 성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우리에게 있는 약간의 고통과 통증 – 물론 감당할만한- 은 우리를 참으로 유익하게 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그래서 이제는 그것을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함께 살아가게 되었다. 그만큼 내 마음의 근육과 힘도 단단해진 것 같다. 아픔을 마주하지 않았다면 내가 이만큼 힘이 있다는 사실도 몰랐을 것이다. 하루하루 몸과 마음이 어제보다 조금 더 건강해진 나를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