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의사, 기독교 상담자

  기독교 상담자는 영혼의 의사이다. 전통적으로 목회자가 영혼의 위로자이며 복음의 전달자로 중심 역할을 해 왔지만 오늘날 우리 기독교 상담자들은 그런 목회자의 영혼 돌봄을 한층 개별화 혹은 심화하여 교회 사역과 심방, 개별 상담센터에서 영혼 치료에 빠트릴 수 없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는 ‘심리학적 진단’을 배우고 상담과 심리치료 과정에 대한 이론, 임상경험을 통하여 인간 정신구조를 보다 깊이 이해해간다.

   기독교 상담자는 일반상담자와 달리 심리 영역 이상 영적 영역까지 다룰 수 있는 치료자들이다. 영적 영역이라 함은 내담자의 성격과 인간관계를 넘어 ‘하나님과 내담자와의 관계’를 살펴볼 수 있는 능력이다. 타락으로 하나님과 단절된 내담자의 마음밭은 가시떨기로 무성하거나 돌밭으로 변하여 단단해 있는 경우가 많다(마 13:3-8). 이로 인하여 내담자는 하나님의 말씀을 받을 수 없고 하나님과 교제하기 어렵다. 기독교 상담자는 성경과 상담학적 도구로 내담자의 마음밭을 기경해 주어 내담자가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타락이전 아담과 하와의 영혼 상태는 어땠을까.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받은 인간은 하나님의 완전한 안전기지에 거하며 영혼 상태는 아주 쾌청했을 것이다. 영적으로 살아있어 생명력이 있었을 것이고 감각이 더 생생했으며 자아, 지각, 인지, 사고, 정서, 의지, 동기, 관계가 왜곡 없이 아주 건강하게 작동하고 있었을 것이다. 방어기제도 없고 우울하고 불안하지 않았을 것이며 슬픔도 없었을 것이다. 행동은 경쾌하고 발랄했을 것이며 자주 웃고 서로의 대화는 온유하고 적절했을 것이다. 하나님과 깊은 사귐이 있고, 하나님의 사랑은 인간과 자연에 생동감 있게 공유되었을 것이다. 둘의 관계에서는 벌거벗은 것에서 수치심을 느끼지 못할 만큼 자의식 없이 서로에게 몰입하고 친밀한 관계였을 것이다. 그들은 사랑과 평안과 기쁨이 충만했을 것이다. 거짓이 없고 진실하며 정의롭고 하나님과 창조세계를 보면서 감탄하고 찬송했을 것이다(롬 14:17; 하나님의 나라는 오직 성령 안에 있는 의와 평강과 희락이라).

    마귀의 유혹에 선악과를 범하고 그들의 영혼은 어떻게 변하게 되었을까. 영은 죽어 생명력을 잃고 감각은 둔해지고 자아, 지각, 인지, 사고, 정서, 의지, 동기, 관계 등은 죄의 오염으로 어그러지기 시작했을 것이다. 수치심과 죄책감을 느끼기 시작하였고 죄 된 자의식이 생겼으며 웃음이 사라지고 기분은 불안정해지고 걱정이 생기기 시작했을 것이다. 땅이 가시와 엉겅퀴를 내고 척박해지면서 그들의 풍요로웠던 정서도 메말라갔을 것이고, 하나님과 관계 단절로 영혼의 안전기지를 잃어 불안과 공포가 엄습해왔을 것이다. 부부간 다툼도 늘고 서로 상처입히는 말과 행동을 하기 시작했을지도 모르겠다. 비교의식과 교만 등의 죄 된 마귀의 속성들이 발현되기 시작하여 걷잡을 수 없어 아담의 자녀 사이에서는 시기와 미움을 넘어 살인까지 일어났다. 그렇게 인류는 단번에 죄와 악의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되었다.

    하나님은 자신의 형상으로 지은 인간을 다시 회복시키고 싶으셨다. 그래서 그의 아들을 죽음에 내어주고 인간을 그의 피로 속량하였다. 죄로 오염된 불완전한 의를 씻기고 아들의 ‘완전한 의’를 인간들에게 입히시면서 약속한 성령을 보내어 영혼에 내주하게 하심으로 ‘내 자녀’로 인치시고 계속 우리를 도우신다. 예수와 연합되어 ‘완전한 의’를 입은 자는 비로소 영이 살아나고 하나님 나라를 볼 수 있게 된다. 하나님은 인간과의 관계 회복을 갈망하시며 한 영혼이라도 더 자신에게 돌아오기를 지금도 기다리신다.

   하나님의 구속 계획안에서 기독교 상담자는 이 회복 사역 한 영역에 부르심을 받은 영혼의 의사들이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외현적 실체가 되어 그 사역에 동참한다. 영을 소생시키기 위하여 성경과 복음이, 정신과 관련된 자아, 지각, 인지, 정서, 의지, 동기, 관계를 회복하는 일에는 심리학과 상담학이 뒤따른다. 기독교 상담자는 우선 복음으로 자신이 거듭나 있는지, 하나님과의 관계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등을 스스로 성찰한다. 또한 심리학, 상담학을 통해서 학자들이 발굴해 낸 인간 정신구조와 심리학적 인간관과 정신병리, 치료기법을 공부하여 내담자의 마음밭을 기경하는데 도구로써 분별하여 사용한다. 필요할 경우 내담자에게 성경말씀도 유연하게 인용할 줄 알아야 한다.

    여기서 주의할 것이 있다. 성경 진리는 무오하지만 심리학, 상담학 이론들은 대부분 하나님과 단절된 학자들에게서 나온 학문이기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인간중심이론’으로 많은 영향을 주고 있는 심리학자 로저스는 인간 안에 선천적으로 ‘자기실현 경향성’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인간 안에 ‘긍정적인, 앞으로 움직이는, 건설적인, 신뢰할 수 있는’ 내적 요소가 있다는 것이다. 인간 안에 이러한 요소가 있음을 부정할 수 없지만 기독교 상담자는 이 개념을 무조건 수용하기보다 ‘사람의 마음이 계획하는 바가 어려서부터 악함이라(창 8:21)’는 성경의 인간론을 상기하고 내담자가 향하는 ’자기실현 경향성‘이 자기가 주인이 되는 방향인지 하나님과 관계 회복과 하나님 나라를 위한 방향인지까지도 볼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기독교 상담자의 존재 가치와 역할은 내게 주시는 내담자를 타락 이전의 영혼 상태로 복구하는 일에 있다. 우리는 복음과 상담학적 도구로 내담자를 하나님 앞에 온전히 세워 그들의 자리에서 성령의 열매를 맺는 삶을 살도록 돕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각자 받은 달란트만큼 사명을 마쳐야 하는 하나님이 세우신 ‘영혼의 의사’들 임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