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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염은순수련수퍼바이저 2024-01-08 144
힐빌리의 노래-영화로 보는 자기심리학
2020년에 개봉된 ‘힐빌리의 노래(Hillbilly Elegy)’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이다. 가난하고 꿈이 없었던 소년, J.D. 벤스의 실화를 다룬 영화로서 예일대 로스쿨을 거쳐 자신의 꿈을 이루어 가는 과정을 담은 영화이다.

힐빌리는 미국 북동부 러스트 벨트 지역을 지칭하며, 빈곤한 그 지역의 산악에 사는 사람들을 통칭하는 말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J.D. 벤스의 외할아버지는 알콜중독자이며 외할머니와 어머니를 때리는 폭력가장이었다. 엄마 베브는 그런 할머니와 할아버지에게 폭력을 당하며 자랐고 약물 중독으로 삶이 망가져 가고 있었다. 엄마 베브는 자기애적인 격노가 폭발하면 아들을 죽일 듯이 때리고 같이 죽자고 하고, 과속 운전을 하며 이성을 잃는 행동을 한다. 그리고 J.D.에게 죄책감을 주는 패턴으로 파편화된 자기를 투사한다.
J.D. 벤스의 엄마 베브는 그야말로 파편화되고 붕괴되고 고갈된 사람의 전형으로 나온다. 엄마는 아빠가 사고로 죽고 난 이후, 줄곧 불안정하게 지냈고 병원 간호사로 근무하다가 환자의 약을 가로채서 먹고 약물 중독으로 병원에서 해고 된다. 남자친구를 자주 바꾸며 파편화되고 중독적인 대상들을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한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나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도 헤로인 과다 복용으로 입원하였고, J.D.에게 자주 폭력을 행사하여 경찰을 부르는 일도 발생하였다. 엄마 베브는 불행한 유년기를 보내며 자기가 파편화되고 붕괴된 채로 성장하여 평생 공허감과 우울감을 안고 살아오며 항상 누군가의 지지와 공감을 필요로 하는 거울갈망 성격으로 살았다. 이러한 엄마의 영향을 받아, J.D.도 가스를 흡입하고 기물을 파손 하는 친구들과 어울리며 꿈이 없이 자라가고 있었다.
파편화된 부모는 자녀를 양육할 때 파편화된 자기를 자녀에게 투사하고 상처를 입힘으로 파편화된 자녀로 양육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주인공의 삶에 변화를 준 사람은 그의 할머니였다. 할머니는 입원해 있다가 J.D.의 비행 소식을 듣고 아픈 몸으로 J.D.를 위해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왔다.

〈영화 속 대화〉
할머니: 네 책임이 아냐, 너도 네 인생을 살아야지. 감옥에 갈 뻔 했어.
J.D.: 엄마도 아니면서 간섭하지 마세요.
할머니: 쟤들은 3년 후면 식권 받으며 살거나 감옥에 있을 걸! 정신 똑바로 차리고 공부 열 심히 해서 좋은 성적을 받아도 될까 말까야.
J.D.: 엄마도 공부 잘 했는데 저렇게 됐잖아요.
할머니: 알지도 못하면서 지껄이지 마, 기회가 중요한 거야, 노력하지 않으면 기회는 오지도 않아.
J.D.: 할머니가 무슨 상관이에요?
할머니: 내가 영원히 살겠니, 나 죽으면 이 가족은 누가 챙기겠어? 나도 너희 엄마가 그렇게 될 줄은 몰랐다 행복하게 잘 살 줄 알았어. 결국 포기해 버리더라. 노력조차 포기했어. 나도 잘한 건 없지. 하지만 넌 이제 선택해, 성공하고 싶은지 아닌지.

할머니가 음식을 지원받아 자신를 먹이려고 사정사정해서 얻는 것을 보고, 할머니가 아픈 몸으로도 음식을 거의 다 자신에게 먹으라고 주는 것을 보며, 마음을 고쳐먹게 되었다. J.D.는 그때부터 집안 설거지를 하고 쓰레기를 버리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공부를 하여 시험에서 최고점수를 받기까지 하였다. 그에게 할머니는 거울 자기대상이었고 그에게 이상과 포부를 심어주었다. 파편화된 가정에서 파편화 되어 가던 J.D.를 잡아 준 건 할머니의 사랑이었다. J.D.가 마음을 돌이켜 공부를 하고 자신의 인생을 위해 노력하기로 선택하게 된 터닝 포인트였다. 할머니는 지극히 가난하고 평범한, 과거에는 파편화된 대상이었지만 이제는 주인공에게 거울 자기 대상이었고 이상화 자기 대상이었다.
J.D. 벤스는 훗날에 이렇게 고백한다. “첫 번째로 날 구한 건 할머니였다. 두 번째로 날 구한 건 할머니의 가르침이었다. ”우리의 시작이 우릴 정의하더라도 매일의 선택으로 달라질 수 있다. 우리 가족은 완벽하진 않지만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그들에겐 없던 기회를 나에게 주었다. 어떤 미래가 날 기다리든 그건 가족 모두의 유산이다.”
J.D.는 예일대 로스쿨에 합격하여 식당 설거지 등, 일을 하면서 최선을 다해 살았고 장학금을 받으면서 공부를 하였다.
J.D. 벤스가 영적 가이드라 여기는 여자 친구인 우샤는 그에게 항상 공감적인 말로 지지하고 격려하는 존재로 심리적 산소를 불어 넣어주는 거울 자기 대상이며 이상화 자기 대상이다.

코헛의 관점에서 보면, J.D.벤스는 자기의 두 축인 과시적-과대자기(야망과 포부)와 이상화된 부모 원상(이상화 가치를 발생시킴)이 정상적으로 발달할 수 없었다. J.D.의 내면에는 어린 시절부터 자기구조의 결함을 가지고 있었고 얼굴에 웃음이 거의 없는 우울하고 공허하며 비행을 저지르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었다. 할머니의 말과 행동을 통해 자신이 사랑 받고 돌봄 받는 것을 경험하며 공감적이고 수용적인 양육환경을 느꼈다. 붕괴된 엄마 베브와 달리, 할머니는 J.D를 돌보고 이상과 포부를 가지도록 자극하였다. 그에게는 이상화된 부모원상도 과대자기도 없었지만, 쌍둥이 자기대상 즉, 재능과 기술인 공부를 함으로써 자기를 응집시켜 나갔다. 할머니로부터 받은 이상과 가치가 J.D를 이끌고, 과대적-과시적 자기에서 나오는 포부와 야망은 쌍둥이 자기대상이 촉진시킨 재능과 기술이 활성화 되면서 마침내 그의 야망과 포부가 실현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영화에서 할머니는 J.D.가 응집적 자기를 가지도록 기여하였다. 응집적 자기는 그의 어린 시절의 파편화된 자기, 고갈된 자기, 붕괴된 자기를 대신하게 된다. 불행한 유년기에서 비롯된 파편화된 자기는 할머니와의 관계를 통해 응집적 자기로 재형성되면서 그의 내면에 잠재되었던 재능과 기술이 드러나게 되고 공부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결국에는 예일대 로스쿨에 합격하게 되고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었다. 법대에 들어가서도 그는 일을 하고 장학금을 받으면서 지내야 했고 그 고된 인생을 견뎌내며 살았다. 할머니가 보여준 어려운 삶 속에서의 의지는 그에게 최적의 좌절 경험으로 변형적 내면화를 이루어 고된 삶을 정면승부 하도록 이끌어 갔다. 응집적 자기를 형성하게 해준 할머니 덕분에 혼란과 좌절 속에서 변형적 내면화를 겪으면서, 위로하고 격려할 수 있는 자기대상이 주는 역할을 스스로 내면화 할 수 있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가지고 있었던 자기애적 상처를 극복한 것이다.
J.D.는 고된 삶을 살아가야 했다. 하루하루의 삶이 숨이 막히는 과정이었을 것이다. 그런 과정에 우샤의 지지와 공감은 숨 막히는 일상에 산소와 같았을 것이다. J.D.가 고된 삶을 살아가며 파편화되지 않도록 곁에서 신실하게 지지해 주었다.

이 영화는 코헛의 자기심리학을 표현하고 해석하는데 최적의 영화라고 생각한다. 평범한 사람도 누군가에게 거울 자기 대상이 될 수 있고 이상화 자기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았다. 또한 파편화 되어 가던 주인공이 거울 자기 대상과 이상화 자기 대상인 할머니의 진심과 접촉되었을 때, 응집된 자기로 공감과 지지가 되어 준 여자 친구를 통해, 삶이 변화되기 시작하고 응집된 자기로 서 가는 것을 보았다.

J.D.는 2013년 예일 법대를 졸업했고 2016년 힐빌리의 노래를 출간했다.
2014년에 우샤와 결혼하여 오하이오로 이사했고 지금은 두 아들과 신시내티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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